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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만드는 반짝이는 음악 소리
경운초등학교 윈드오케스트라 담당교사 김희정 지휘자
글.화유미 사진.백동민·경운초등학교
떠들썩한 점심시간 경운초등학교 관악부에서는 작은 음악회가 열린다.
먼저 온 학생들부터 자연스럽게 자기 자리에 앉아서 악기를 매만지는 모습은
프로 음악가 못지않다.
담당 교사인 김희정 지휘자가 중앙에서 지휘를 시작하면 제각기 소리를 내던
악기들이 일순간 고요해지고 반짝이는 하모니가 학교를 가득 채운다.
‘이게 연습이라고?’ 감탄이 절로 나오는 연주 실력이다. 최근 3년간 전국 대회
10관왕 달성이라는 기록은 그냥 나오는게 아니었다.
음악에 대한 애정과 성실함, 친구들과의 끈끈한 우정,
사제 간의 깊은 정 등으로 무장한 경운윈드 오케스트라는 매일 완성도 높은
음악의 지층을 쌓아 올리고 있다.

경운윈드오케스트라는
어떤 팀인지 소개해 주세요.

2009년 창단된 경운윈드오케스트라는 경운초등학교 학생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음악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전교생 442명 중 136명이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특별한 음악적 재능을 가진 아이들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음악을 사랑하는 평범한 아이들로 이루어진 팀이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저희가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는 2017년도에 새로 부임하신 교장 선생님 덕분인데요. 그전에는 교내 학예회나 정기 연주회 같은 내부 활동만 했는데, 교장 선생님께서 “아무리 잘 쓰는 시인도 등단을 하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씀에 용기를 얻어 대회에 나가기 시작했고, 첫 출전한 ‘제42회 대한민국 관악경연대회’에서 4위를 했습니다. 이듬해에는 2위, 2019년도에는 전체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오케스트라 단원 모집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요?

12월 정기연주회가 끝나고 나면 3학년으로 올라가는 중학년을 대상으로 신입 단원을 모집합니다. 피아노를 배우고 온다면 좀 더 쉽게 악기를 배울 수 있겠지만 음악을 전혀 몰라도 됩니다. 본인이 하고 싶어서, 친구를 따라서 혹은 부모님의 권유 등 다양한 동기로 들어오는데요. 악기 선택은 본인의 희망이 우선이지만 관악단의 악기 구성과, 학생의 신체나 구강 구조를 고려하여 최종 결정합니다.

오케스트라를 지도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오케스트라를 지도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단원이 있습니다. 몸이 아파서 1년 동안 치료를 받느라 오케스트라 활동을 쉬어야 했던 친구인데요. 치료를 받는 중에도 악기 연습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해서 악기와 음원을 따로 보내주기도 했답니다. 친구들과 학교생활을 못 하는 것도 속상했지만 정말 좋아하는 악기를 연주하지 못하는 게 많이 아쉬웠다고 하더라고요. 다행히 건강이 많이 호전되어 올여름 대회에도 함께 나가 수상의 기쁨을 같이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경운윈드오케스트라가
올해 ‘2025 제8회 대한민국 학생오케스트라
페스티벌’에서 초중고 전체 대상을 수상했는데요.
대회를 준비하면서, 수상 후 어떤 마음이 드셨는지 궁금합니다.

우리 아이들 자체가 저에게는 큰 감동입니다. 특히 올여름처럼 무더운 날씨에도, 주말이나 방학 때 놀고 싶을 텐데도 아이들은 어김없이 관악부에 나타나서 악기를 불고 있답니다. 아이들이 ‘경운윈드오케스트라’라는 그 이름의 무게를 알고 있다고나 할까요? 선배들이 이루어 낸 성과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아요. 우리 아이들 모두의 책임감과 성실함이 모여 올해도 좋은 성과를 이룬 것 같습니다. 단원들이 고르게 나눠 가진 책임감이 있기 때문에 성실함이 따라오고, 그 성실함이 모여서 이번에도 상을 받은 것 같아요. 거의 80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원이 함께 성과를 이뤄내고 그 기쁨을 공유하는 경험 자체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함께 느끼는 그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고요.

경운윈드오케스트라는 수많은 대회에서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경연대회가 있을까요?

올해 세 번째로 참가한 제8회 대한민국학생오케스트라 페스티벌입니다. 2023년 6회, 2024년 7회에 이어 올해 3년 연속 초중고 전체 대상을 수상했는데요. 대회가 생긴 이후 3연패를 한 학교는 경운초가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시상식을 마치고 나니 주위에서 우스갯소리로 이제 그만 나오라는 이야기를 들었답니다. 챔피언 자리를 지킨다는 게 마음의 부담도 컸고 과연 이번에도 할 수 있을까? 모두들 긴장 상태였는데 다행히 큰 실수 없이 마무리를 했고, 결과를 듣고 아이들, 응원 오신 많은 학부모님들과 정말 행복한 순간을 보냈습니다. 주어진 시간 안에서 최선을 다했고, 스스로 또는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했던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경운윈드오케스트라,
앞으로 계획이 있을까요?

올해 하반기 11월 26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거점오케스트라 언니 오빠들과 함께 연주를 할 예정이고요. 12월 6일에는 김해 시민과 교육 가족들이 함께하는 11회 정기 연주회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정기 연주회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귀에 익은 음악들과 아이들의 퍼포먼스도 많이 보여드리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내년이면 우리 학교가 개교 30주년이 되는데요. 특별한 해이니만큼 졸업생들과 함께 의미 있는 기념 음악회를 해보면 어떨까 하고 계획 중입니다.

경운윈드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경운윈드오케스트라 졸업생 중에는 경상남도교육청의 지역 거점 오케스트라 사업을 통해 상급 학교에 진학해서도 음악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심지어 남자 단원들 중에는 고등학교 졸업 후 군악대에 가겠다고 이야기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이처럼 우리 아이들이 음악을 평생의 친구로 삼았으면 합니다. 공부를 하다가 힘들 때 언제든 악기를 꺼내서 조금 힐링할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그리고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배운 노력의 가치와 성취 경험이 아이들의 삶에 큰 자산이 되면 좋겠습니다. 평생 악기라는 친구를 만났으니 이 친구와 함께 좀 더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기를 응원합니다.

작성일. 2025. 10.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