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 인구는 2025년 현재 53만 3,000명 정도이다. 경남 지역 전체 인구가 감소 추세를 보이는 것에 비해 김해시는 약간 정도이지만 점증적 증가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이러한 인구변동 추이는 김해시가 주변 대도시와의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자체적인 산업구조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김해시 최근 재정자립도는 28%대로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점차 떨어지고 있다. 제조업을 비롯한 기존의 산업구조만으로는 어려운 상황에 들어 갈 가능성도 많아져서 부가가치가 보다 높은 첨단산업 중심으로 정책적 강조점을 옮기고자 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따라야 할 것이다.
특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김해시가 산업적 위상 못지않게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문화예술 자원을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고, 이러한 문화예술자원을 토대로 한 문화산업 및 문화관광 분야의 확장 가능성에 본격적인 관심을 기울인다면,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초기 가야문화의 맹주였던 김해 지역은 철 문명을 핵심 콘셉트로 활용하는 국립김해박물관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대성동 가야고분군 및 박물관, 가야테마파크, 분청도자박물관, 클레이아크미술관, 김해목재문화박물관 등 문화예술 인프라가 있고, 김수로왕 건국신화와 허황옥 스토리의 활용 가능성이 높으며, 가야문화축제, 김해분청도자기축제 등의 지역 대표 축제가 이러한 자원들을 종합해 내고 있다. 이를 토대로 2021년에는 유네스코 공예창의도시로 선정된 바 있다.
특히 김해시가 보유한 건국신화는 단군신화, 박혁거세신화와 함께 대표적인 한국 고대 건국신화로 간주될 정도로 자주 회자된다. 금관가야의 시조 김수로왕의 구지봉 탄생신화는 황금 그릇 위의 알에서 태어난 시조신화이다. 구지봉에서의 구지가(龜旨歌)와 제의 등은 지금도 가야문화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의례 형식으로 받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탄생신화는 지금도 김해 지역의 문화·역사적 정체성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스토리이며, 자부심의 근간으로 작동하고 있다. 또한 인도 아유타 공주 허황옥과 수로왕의 결혼 스토리는 김해시의 다문화 인구와 같이 우리나라 최초의 다문화 결합 스토리텔링의 단골 소재로 활용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들로 이러한 자원들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첫째, 김해의 가락국 문화콘텐츠는 기존의 역사를 삼국시대가 아닌 사국시대로 명명해야 한다는 주장으로까지 이어지면서 고대 문화의 새로운 복원이라는 이름으로 자주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고령, 함안, 합천 등 여러 지역에 가야문화 자원이 산재해 있어서 이러한 역사관이 일관되고 집중적인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둘째, 그 어떤 지역보다 김해시는 전통과 현대적인 의미와 가치를 가진 유산들이 국제적인 차원에서 인정받고 있고, 이를 융복합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정책적 노력도 적극적으로 기울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이 경남 지역이나 국내 몇몇 도시와의 교류 정도에 머물러서 확장성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셋째, 각각의 자원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실질적인 전략이 충분히 고민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가야문화, 철기문명, 도자예술, 신화와 스토리, 다문화 다양성 등과 지역의 문화산업 구조를 엮어내어 그 결과물을 국제적인 시장에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작업이 아직은 미흡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다음과 같이 제안해 본다.
우선, 유네스코 공예문화창의도시로 지정된 국제 도시들과의 긴밀한 네트워킹이 필요하다. 가까운 도시들로, 일본의 가나자와(2009)·단바사사야마(2015)·중국의 쑤저우(2014)·항저우(2012)·웨이팡(2021)·징더전(2014)·인도네시아의 페카롱가(2014)·필리핀 바기오(2017)·태국 북부 수코타이(2019) 등이 있다. 공예문화는 단지 공예품 제작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전통과 예술의 결합, 공연이나 축제와의 융복합, 박물관·수공업교육센터 등과도 연계되어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내어야 한다. 다양한 도시 사례들을 통해서 공예문화예술이 지역 활성화에 미치는 구체적인 사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공동협력 심포지엄이나 전시 부스 설치 등으로 전문 관계자 네트워킹과 일반 시민 관심 유도 등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이미 지난 9월 ‘2025 제10차 UCLG ASPAC(세계지방정부연합 아시아․태평양지부) 총회’ 및 ‘2025 월드 시티테크 엑스포’에서 김해시의 역사·문화적 특성을 홍보한 바와 같이 새로이 ‘(가칭)가야문화엑스포’와 같은 빅 이벤트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김해시의 다양한 문화·역사·전통적인 특성과 산업 발전 현황을 다양한 사진 자료와 함께 국제적인 도시들에 적극 홍보해야 한다. 국내에서 개최되는 국제관광홍보박람회는 다양한 지역을 한 지역에 모으는 효과는 있지만, 특정 지역을 국내인에게 소개하는 것 이외의 확장성을 가지기는 어렵다. 해외코리아센터(LA, 베이징, 상하이, 도쿄, 파리, 뉴욕)를 비롯하여 34개국 재외문화원 및 42개 문화홍보관 등에만 배치해도 그 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K-Pop을 넘어서서 K-Culture, K-Tradition, K-문화유산 등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가야문화의 원조로서의 김해시는 이와 관련한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물론 김해시 자원을 소개하는 영문 홈페이지 구축도 필수불가결한 선결 요건이 될 것이다. 현재는 기본적인 김해시 소개만 영문으로 검색이 될 뿐 좀 더 자세히 들어가면 구체적인 자원들에 대한 영문 설명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중요 자원의 각 홈페이지 영문소개가 필요하다. 이것은 아마도 김해문화관광재단의 가장 우선적인 미션이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구슬들은 실로 꿰어야 보배가 된다는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